[✈️]CHAPTER 3: 빨간 공중 전화 박스와 이층 버스 속으로, 런던에서의 마지막 일주일 🇬🇧

📌22.09.21-22.09.30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후기다! 3주간의 여정을 글 하나에 담으려니 여간 쉬운 게 아니네... 그래도 얼른 적고 자야지 마지막은 좀 더 기운 없고 스펙터클 했달까?

1-1. 비틀비틀 걸어가는 나의 다리
정말 불안함의 시작이 아닐 수가 없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숙소까지 거리가 택시비 10만 원이라 한 번은 그냥 대중교통을 타보자! 하고 어찌어찌 공항버스로 이동해서 열차를 타고 세인트 판 그라스 역에 내렸는데... 나의 무거운 캐리어와 파리에서 산 청색 가방이 어찌나 무겁던지,,, 왜 그렇게까지 무겁지? 했는데 그 이유는 내 몸상태였어.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부터 조금씩 목이 따갑더니, 도착하고 나서는 다래끼가 갑자기 몇 년 만에 나서 눈이 엄청 부어올랐던 것이야... 프라하와 파리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많이 추워하고 떨었던 내 몸이 이제야 방전이 됐나 봐. 여행 중에 결국 아프고 일찍 런던에 도착했는데도 몸에 힘이 없어서 다니질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니까 너무 속상했다... 빨리 나으려고 약도 매 끼니마다 챙겨 먹기 위해 밥도 잘 챙겨 먹고 런던에서의 불안한 하루를 시작했지... 아 런던 에어비엔비의 호스트가 참 메시지 답장이 없어서 또 파리처럼 그렇게 될까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모자가 같이 식당이랑 숙소를 운영해서 바로 짐을 맡기고 곧 체크인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고 오자마자 베이크드 빈이 잔뜩 들어간 오믈렛을 첫끼로 시작했어.

질질 끌고 숙소를... - 나름 맛있었던 오믈렛 - 박물관 가는 길이었나. 다음날 되면 사라지고 없을 것처럼 생긴 카페!

1-2. 덕후들의 성지, 런던
누가 '외국에서 찍은 수많은 촬영지 중에 한 나라만 갈 수 있으면 넌 어디 갈래?'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런던이라고 대답할 거야. 좋지 않은 몸상태임에도 내가 언제 크루엘라, 해리포터, 셜록 홈즈의 촬영 배경인 영국을 놓칠 수 있겠냐고...? 그리고 런던은 대부분 관광지가 무료라서 파리보단 부담이 적게 구경할 수 있었어(셜록홈즈 박물관 빼고ㅡㅅㅡ).
일단 저 친구들을 설명하기 전에, 다녔던 다른 곳들도 좋은 게 많았어. 내가 언제 한 번 미라를 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대영 박물관에 미라가 있더라고. 정말 신기하고 뭔가 으스스해서 얼른 나왔어. 또 한국관도 있어서 신기하고 뿌듯했다. 아 여행하면서 느꼈는데 생각보다 삼성, 현대, LG가 주변에 많고 광고도 자주 나오더라고. 새삼 우리나라도 많이 성장했구나... 생각도 했다. 그리고 내셔널 갤러리도 갔었는데 정말 파리에 견줄 만큼 명작들이 많고 그만큼 또 좋았어. 얀 반 에이크의 그림도 거기서 봤는데 과장 좀 보태서 10분을 여러 각도를 돌려가며 봐도 붓 자국이 잘 안 보이고 실제 같아서 한참을 쳐다봤어. 그다음엔 모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의 '그림'이 있었고 특히 미켈란 젤로 작품을 볼 때 이 화가는 참 얼굴을 몸과 다를 바가 없게 그리는구나. 그냥 이 사람에게 얼굴은 신체의 일부일 뿐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달까? 렘브란트 자화상도 젊을 때, 나이가 들었을 때 두 점이 있었는데 작가의 채색 스타일이 바뀐 게 신기해서 또 한참 쳐다봤다. 어쩌다 보니 또 그림 얘기로 넘어가버렸네...ㅎㅎ

빈센트 해바라기 - 렘브란트의 자화상 - 아무리 봐도 붓 자국이 안보여...

암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크루엘라를 재밌게 봤었고, 특히 리버티 백화점에서 크루엘라가 술에 취해 디스플레이를 멋대로 꾸몄던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그 리버티 백화점을 실제로 가보게 되었어. 뭔가 그 앞에 가니까 장면이 겹쳐서 보이는 것 같고 촬영지뿐만이 아니라 백화점 자체도 관리를 너무 잘해놔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맨 위층의 크리스마스 상점이 너무너무 너무 좋았어. 없던 동심도 살려내는 곳이었다... 결국 또 백화점에서 소비를,,, 하고 말았지

리버티 - 꿈의 나라..- 그래서 이거 왜 유명하다고? 하면서 찍힌 사진...

또 우리 숙소는 킹스크로스 역이 근처에 있어서 9와 4분의 3 승강장도 보러 갔다! 내가 엄청 해덕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주행을 2번이나 하고,,, 유튜브로 해석이 뜨면 꼭 보는 사람이라 너무너무 신기했다. 거기서 직원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는데 기숙사별 목도리, 그리고 지팡이도 사용하게 해 준다! 심지어 사진 찍을 때 목도리 날려주셔서 나는 10파운드의 호구 비를 지출하고... 사진을 덜컥 사버렸어... 그렇지만 후회는 없다...

해맑게 찍고 필름 12컷 날린 사람 - 아니 솔직히 잘나왔잖아요! - 무지개색 횡단보도

그리고 마지막은 베이커가! 셜록 홈즈(드라마) 덕후는 정주행을 적어도 4번이나... 하고... 유튜브에 정리 뜨면 또 보고,,, 합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내리자마자 베이커가 적혀있길래 너무 신이 났어. 그리고 역 자체도 역사 깊은 곳이라 되게 고풍스럽더라고! 암튼 내리자마자 곧장 221B로 향했는데 앞에 잘생기신 보안관? 분이 지키고 계시더라. 집 안은 박물관인데 너무 소설 속 셜록 홈즈처럼 꾸며놔서 들어가 보진 않았어. 그리고 생각보다 드라마의 그 엔틱한 손잡이와 간판? 이 아니구 옆 카페는 기념품 가게로 바뀌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기념적이니까 사진을 와구와구 찍고 기념품 샵에 가서 키링 하나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어!

앞에서라도 사진 찍겠다는 일념...

이렇게 적으니까 나 아픈데 되게 잘 돌아다녔네,,,

갈수록 늘어나는 나의 쇼핑백... - 노팅힐 끼워넣기 - 에어포스1 사랑해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상황이... 하지만

1-3. 집에 보내줘
무시무시한 소제목... 일단 우리가 미라와 파라오를 보고 와서일까...? 이때부터 피라미드의 저주가 시작된 걸까...? 일단 우리는 박물관 말고도 빅벤이랑 런던 아이, 버킹엄 궁전에서 근위 교대식도 봤었어.

파리에서 꽃 못들고 다닌거 여기서 이뤘다! 옷은 런던 할머니 컨셉...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로 버킹엄 궁전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갔을 때 다시 교대식을 시작하는 날이어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서서 궁전으로 향했지!

짱 가까이서 본 근위병!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사람 구경 엄청 했었는데 그래도 계속 비집고 들어간 덕에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어. 또 궁전 옆 정원이 너무 예뻐서 청설모, 백조를 구경하다가 갤러리로 향했어.

슬며시 보이는 런던아이ㅘ 생각보다 짱 큰 백조

내셔널 갤러리가 시간 상으로는 궁전을 보고 간 거라 미라를 보고 빅벤과 런던아이로 향했지... 근데 거기서 돈 뜯는 사람을 만난 거야. 나는 그런 종류를 미리 좀 찾아보고 가서 사진 찍어준다는 사람, 찍자는 사람 함부로 가까이 안 하는데 친구는 몰랐나 봐. 셀카 찍다가 퍼레이드 분장한 사람이랑 사진 찍혀서 붙잡혀 있더라고... 내가 막 불러서 그냥 돌아갔는데 다시 한 바퀴 돌고 또 만나니까 또 돈 달라는 거야... 내가 이번에도 그냥 가자고 하려고 이름 불렀는데 그 사람이 뭐라고 읊조리면서 내 어깨를 때리고 갔어... 아니 내가 몰 잘못했는데... 내가 찍었냐구...춥기도 세상 추웠는데 갑자기 얻어맞아서 기분이 참 안 좋았어...

나 이때 한 대 맞았지만 개안티

이 정도까지도 괜찮지 모 예상했던 일이야. 몸상태는 그리 좋진 않지만 나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고 드디어 입국하는 날이 다가왔어.

비오는 날...아무것도 없던... 리젠트 공원... - 조심.. - 나 그리니치 가서 플래티너리움 쇼 봤다! 근데 엄청 늦게 가서 정말 쇼만 봤다!

해지는 런던  저녁 런던 너무 옙버

우리는 미리 비행기 예매도 했고 체크인도 한 상태라서 3시간 전에 길을 나섰지! 그리고 택시를 탈거라 (한 시간 거리) 넉넉잡아 나왔는데 아니요...? 넉넉하긴 무슨. 히스로 공항까지 7분 남았는데 40분 동안 차가 제자리더라고,,, 거기에 접촉 사고까지 나고... 하하 제발 놓치지나 말자 했는데 이미 baggage drop은 마감이고 탑승 마감이 10분 남았더라고... 울며 겨자 먹기로 캐리어 질질 끌고 탑승 수속 할랬는데 앞에서 막혔어... 밑의 항공사 직원이 다 처리해줄 거라고 걱정 말라고,,, 그렇게 항공사 직원은 2시간 동안 오지 않았어... 심지어 그 비행기는 연기까지 되었는데 도움을 요청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더라...^^ 한국 오기 직전에 갑자기 현실로 내던져진 느낌이었어. 다른 공항 직원한테 물어도 곧 온다 그러고 없을 리가 없다고 하고... 결국 비행기 놓쳐서 새로 찾으려는데 놓친 비행기의 2배 가격... 이더라... 그래도 집에 가야지 어떡해. 핀에어는 놓쳐서 바로 옆 에어 프랑스거 하려는데 결제가 안되네...? 공항 직원한테 물으니 온라인은 온라인에 해결하라 하지... 전화는 안되지... 한국 지사는 저녁이라 ARS 지,,, 부모님까지 동원했는데도 못 구해서 또 실패,,, 혹시 싶어서 대한항공에 찾았더니 있길래 바로 결제했다!

이때만 해도 해맑았거등요 - ㅎㅎ...새로 끊은 비행기 타러 터미널 이동...

저녁 비행기라서 기다렸다가 짐 부치고 비행기까지 타서 드디어 집에 가나 했는데 가다가 멈추네... 왜지...? 경찰차가 오네... 왜지...? 짐 들고 내리라네...? 비행기끼리 접촉 사고가 나서 날개가 찢어졌다네...? 허허 내려서 5시간 동안 대기하다가 결국 다음날로 밀리고 호텔에서 자고... 다음날 비행기도 또 한 시간 넘게 지연돼서 겨우 타고 동대구역까지 4시간 반 걸려서 한국에 도착했어...

그래 노을 예쁘니까 집에 보내줘 - 뭐야 경찰차 뭐야 - 집에 보내줘,,,

그만 재워줘... - 케이크 맛있는거 알겠으니까 집에 보내줘.. - 볶음 고추장 눈물난다 

여행은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모르는 일이야 정말. 돈이 여유 있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텅장이 되어버리고, 국내 항공사니까 편하겠지 했는데 하루가 늦춰져 버리고, 배상은 달랑 우대권 하나... 마무리가 너무 아프게 끝나버렸지만 그래도 살아 돌아온 것에 감사하다 지금은. 이렇게 별별일 다 겪으니까 이젠 뭐가됐든 다 헤쳐나갈 수 있겠다 싶고. 너무 힘들었지만 그것만 생각하기엔 내가 살다온 24일이 반짝반짝하니까. 그걸 잊을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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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나중에 글을 다시 읽게 될 나를 위해 한마디 하자면 너는 한 달 동안 한국어도 아닌 나라에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교류도 하고, 옷도 사보고 환불도 교환도 해보고, 외국인에게 한 대 맞기도 맞아보고 타지에서 차가 막혀도 보고 비행기도 놓쳐봤어. 결항이 돼서 다음날에도 도착해봤으니까 이제 못할 게 없다 너는! 그리고 꼭 힘들기만 했던 건 아니야. 대기하면서 항공사 직원이랑 시시콜콜한 얘기도 하구 맛있는 밥도 먹고 공항 바로 옆 호텔에서 잠도 자봤잖아. 이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야. 이런 일들이 있어도 지금의 나는 이걸 되게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너도 꼭 그랬으면 좋겠어